최근 스타트업과 공유 오피스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강남역과 역삼 인근과 소셜 벤처 밸리로 불리는 성수동을 중심으로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한 공유 오피스는 최근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할 정도로 파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유 오피스가 각광받기 시작한 배경과 함께 몇 가지 대표적인 공유 오피스에 대해 알아보고 향후 시장의 전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합리적 소비에 대한 필요, 공유경제의 시작이 되다”
공유경제란 ‘생산된 후 활용되지 않는 유휴 자원을 여럿이 공유해 사용함으로써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사회 공동의 이익 증가에 기여하는 협력적 소비의 경제활동’ 이라 칭한다. 자동차, 오피스, 재화 등의 유형자원 뿐만 아니라 재능, 시간 등 무형자원을 모두 포함한다. 공유 경제는 미국 시사 주간지 ‘Time’ 에서 2011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로 꼽혔고,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미래 혁신 비즈니스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는 세계 경제위기로 저성장, 취업난 등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과소비를 줄이고 합리적 소비활동을 지향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1인 가구의 증가와 소셜 미디어에 기반한 새로운 산업군이 증가하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공유경제는 2010년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PwC에 따르면 2010년 8억 5천만 달러에서 2014년 150억 달러로 5년 사이 약 17배 이상 성장했고, 향후 2025년에는 3,350달러가 될 것으로 보여 10년 사이 약 2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공유경제 시장은 이에 비하면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다. 이는 공유경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부족 등 다양한 원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ICT 인프라의 발달로 공간, 교통, 숙박 등의 분야에서 먼저 공유경제가 태동하고 있으며 특히 공간의 활용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스타트업의 니즈에 맞춘 합리적 공간의 탄생
공유 오피스는 빌딩의 전체 또는 일부를 장기 임차해서 작게 나눈 뒤 개인이나 업체에 재임대하고 다양한 업무지원을 해주는 사업모델을 말한다. 건물주는 대규모 임차인을 장기로 들여 공실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재 임차인은 사무 공간을 꼭 필요한 만큼 단기로 빌려 사용할 수 있다.
이 개념은 1980년대 미국에서 대도시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드 오피스(Serviced Office)’에서 유래했고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 ‘비즈니스센터’ 라는 명칭으로 처음 등장했다. 최근에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의 개념이 위에서 언급한 공유경제의 개념과 함께 부상하고 있다.
사실 ‘부동산 재 임대’는 새로운 사업 유형은 아니다. 백화점도 각 브랜드에 매장을 할당하고 임대료를 받는 일종의 부동산 재 임대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드 오피스’ 등 기존 부동산 재임대업이 ‘격리’ 를 모토로 삼았다면 코워킹 스페이스는 ‘공유’ 를 모토로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활용한 부가가치의 창출이 가능한 공간이다. 이러한 추세의 공간은 최근 밀레니얼 세대 주체의 10인 이하 스타트업과 1인 기업의 증가, 저비용 오피스 이용에 대한 필요성 확대, 그리고 전통적인 임대 시장의 오피스 공실률 지속 증가와 더불어 크게 각광받고 있다.
사실 회사를 처음 설립하는 저비용의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사무실 임대료, 관리비 등의 고정비용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통적인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인력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스타트업에게는 다른 업계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워킹 스페이스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되었다. 실제로 국내 스타트업 업체수는 2012년 2만 8천여개에서 2017년 3만 5천여개로 24% 증가하였고, 무보증금, 단기임대, 다양한 오피스 솔루션 통합 제공, 커뮤니티 형성이 가능한 공유오피스 시장의 큰 파이가 되고 있다. 이렇듯 공유 오피스의 숫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저마다 다른 특장점을 내세운 곳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공유 오피스 몇가지와 이들의 특장점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공유 오피스 시장의 태초 – 위워크(We Work)
대표적 외국계 공유오피스 기업인 ‘We Work’는 2010년 아담 노이만과 미구엘 맥켈비가 뉴욕에 첫 공유 오피스를 열면서 시작했다. 이들은 창업 8년 만에 미국과 유럽에 이르는 전 세계 71개 도시에 242개의 공유 오피스를 가지고 있다.(2018년 4월 기준) 미국의 스타트업 중 네번째로 큰 규모이며, 우버(680억 달러), 샤오미(460억 달러), 에어비앤비(290억 달러), 스페이스X(210억 달러)의 뒤를 이어 약 200억 달러(20조원)의 기업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 세계 3만개 이상의 개인 및 법인 사업자를 회원으로 확보했다.
이 곳의 차별점은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규모의 기업들이 모여있고, 회의실과 탕비실을 나눠 쓸 뿐만 아니라 카페처럼 꾸민 라운지 등 물리적인 공간에서 입주사간의 교류를 도모한다는 점이다. 교류와 네트워크는 물리적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스마트폰 App을 통해 전세계 멤버 간 온라인 네트워킹을 지원해 준다.
위워크는 국내에도 진출하여 주류 공유오피스로 자리잡았다. 2018년 8월 현재 서울 강남, 역삼, 선릉, 삼성, 을지로, 광화문, 서울역, 여의도에 지점을 열었고 오는 9월 서울 종로의 랜드마크, 종로타워에 10호점을 연다. 서울 위워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직업군도 다양한데 1인 프리랜서부터 스타트업, 대기업까지 다양한 사람과 기업이 모여든다.
대표적인 대기업 엔터프라이즈 멤버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일렉트릭, 페이스북 등이 있으며 심지어 위워크보다 규모가 큰 공유경제 사업인 에어비앤비코리아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마련한 별도 사옥을 정리하고 위워크 을지로점에 들어왔다. 이용료는 핫 데스크(유동적인 자리 이용을 할 수 있는 멤버쉽) 35만원, 개인 자리가 있는 전용 데스크는 월 46만원이다. 칸막이가 있는 사무실은 1인 기준 월 71만원부터다.
한국형 공유 오피스의 대표주자 – 패스트파이브(Fast Five)
국내 기업으로는 2015년 3월 런칭한 Fast Five 가 대표적이다. GBD(Gangnam Business District) 중심의 공격적 확장전략으로 2017년 11월 기준 1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홍대 지점을 오픈하는 등 서울 전역에 추가로 지점을 확대하는 추세이다. 입주사 제휴 서비스인 ‘패스트파이브 파트너스’ 와 교육 서비스인 ‘패스트캠퍼스’ 등의 부가 서비스 제공을 통한 차별화와 공유오피스 시장확대 등의 요인에 힘입어 2020년까지 CAGR 178%의 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카드의 또 다른 공간의 시작 –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Studio Black)
공유 오피스계의 공룡처럼 등장한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은 그동안 라이브러리, 언더스테이지 등 현대카드 스페이스를 통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업무 스타일에 최적화된 오피스로 오픈한 공간이다. 다른 공유 오피스와는 달리 그동안 현대카드에서 만들어온 다른 공간의 확장판의 개념에 가까운 듯 보이는 스튜디오 블랙은 세간의 관심을 받은 만큼 기본적인 회의실과 사무실을 비롯하여 수면실, 샤워실, 창고, 피트니스 센터 등이 현대카드만의 아이덴티디를 가진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시설을 멤버쉽 등급에 맞추어 유료로 선택할 수 있으며 최소 이용금액은 10만원부터 시작된다. 멤버쉽 출입카드로 제휴를 맺은 인근 음식점과 카페에서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여기에 스타트업에게 꼭 필요한 회계, 법률 등의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무료 강의와 더불어 입주 멤버와의 소통을 위한 Career Fair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스튜디오 블랙에서는 ‘핀베타’ 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는 향후 현대카드와 협업할 수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말한다. 아직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있는 핀테크 기업을 지원하며 디지털 현대카드라는 내부 모토를 실현시키고 있다. 현대카드블랙 스튜디오에는 현재 약 80여개의 입주팀이 함께하고 있다.
Social valley 성수동 속 체인지메이커의 보금자리 – 헤이그라운드(Hey Groud)
헤이 그라운드는 단순 임대공간이 아니라 입주 멤버가 함께 일하고 성장해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간이다. 이미 다 지어진 건물을 임대해서 만든 일반적인 코워킹 스페이스와는 달리 오픈 전부터 미리 잠재 입주사를 서칭하고 이들과 함께 건축 설계부터 커뮤니티 운영 정책을 함께 준비하여 이슈가 되었다. 그래서 공간 효율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건물 내 사람들이 더 자주 마주칠 수 있도록 두 층씩 라운지를 묶었다. 또한 각각 복층형 공용 공간이 마련되어 입주사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만나 회의하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헤이 그라운드에는 10인~60인 규모의 성장기 법인을 위한 오피스부터 소규모 팀과 개인을 위한 오피스 공간까지 모두 마련해 두고 있다. 다른 코워킹 스페이스와는 달리 이 곳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면접을 봐야 하는데 이는 헤이그라운드가 단순히 월 이용료를 지불하는 기업이 아닌 사회적 문제 해결에 의지를 가진 팀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헤이그라운드의 취지와 맞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회사라면 사회적인 영향력과 계약기간을 고려한 할인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곳은 공간 제공과 지식의 네트워킹 뿐 아니라 멤버간 커뮤니티와 개인의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야외 뮤직 파티, 요가 클래스, 탁구 대회 등의 이벤트가 항상 열린다. 또한 헤이 나이트라는 네트워킹 파티를 통해 서로 사업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함께 즐겁게 걸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공유 오피스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공유 오피스가 활성화가 된 배경과 더불어 대표적인 공유 오피스 몇 가지를 살펴보았다. 공유 오피스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실제 이 공간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장점과 함께 보완해가야 하는 점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자유롭고 개방적인 공간은 누구나 만날 수 있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개방된 공간 속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내 자신을 가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유 오피스에 모인 사람들이 가진 성향이 진취적이고 내부의 분위기가 열정적이기 때문에 cheer up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는 반면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지 않을 때 도태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입주팀이 상당수가 내 비즈니스의 고객이기 때문에 상당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반면에 네트워킹 파티나 행사에 참여하는 팀의 목적이 대부분 마켓테스트나 마케팅인 것에 대한 피로감도 느끼고 있었다.
공유 오피스가 자리잡고 있는 지금 시점에 다양한 명과 암이 존재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공간을 재 임차하는 사업 모델로서만이 아니라 한국 시장의 특징을 분석하고(예를 들면 아직까지는 폐쇄적인 문화를 가진 기업과 사람들이 많다는 점 등) 해당 공유 오피스만의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