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돈쭐내러 가자!

 

2030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퍼진 이 말은, 돈으로 혼쭐을 내준다는 뜻으로 기업이나 업체의 선행에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구매는 물론 홍보까지 해서 보상해 준다는 뜻이다. 적은 돈이지만, 직접 나서서 선한 영향력을 펼친다는 MZ세대의 새로운 소비방식이다.

 

최근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게 사장이 생계가 어려운 10대 형제에게 치킨을 내어준 사연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퍼졌다. 이 사연은 곧 MZ세대 사이에서 유명세를 치렀고, 돈쭐내주러 가자며 가게 영업이 마비될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 이후에 MBC <놀면 뭐하니 – 위드유 편>에 다시 등장하면서 MZ세대의 선한 소비가 큰 영향력을 지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MZ세대에게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다.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MZ의 소비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라고 불리는데, 자신의 가치관이 잘 녹여져 있는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SNS를 통해 직접 홍보까지 하며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소비를 한다.

 

2020년 글로벌 커머스 마케팅 기업 크리테오의 조사 결과, MZ세대의 52%는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부합하는 브랜드나 상품을 더 소비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작년 11월 매일유업에 택배 상자가 하나 도착했는데 앞으로 빨대가 붙은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어린 학생들의 편지와 함께 빨대가 들어있었다. 그로부터 약 2주 뒤 매일유업은 자사 우유 제품 포장지에 붙여오던 빨대를 퇴출했다.

이처럼 MZ세대는 소소한 방식을 통해 자신을 가꾸고 긍정적인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행동은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MZ세대 트렌드 2021 키워드로 인플루언서블 세대, 일상력 챌린지, 선한 오지랖 등이 꼽힌 이유이다. 인플루언서블 세대는 자신의 영향력을 알고 행동하며 변화를 만들어내는 MZ세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자신이 유명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신과 관련한 기념일에 이벤트를 직접 열기도 한다. 이들은 선한 오지랖 펼치거나 일상력 챌린지를 통해 스스로 가꾸어 나가는 것을 선호하는데 최근에 #STOPASIANHATE 해시태그 운동이 선한 오지랖의 예이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인해 한인 여성 4명 등이 숨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 사건은 아시아인 증오 범죄로 인스타그램에서는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났다. 선한 오지랖은 나뿐 아니라 모두가 정당한 대가를 얻길 바라며, 선한 오지랖을 부려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특정인종 혐오 범죄에 대한 화를 해시태그 운동으로 풀어낸 것이다. MZ세대는 이런 방식을 통해 개인의 삶을 넘어 공동체의 미래까지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일상력 챌린지란 바꿀 수 없는 바깥세상 대신 나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고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 일상력을 가꾸어나가는 것을 말한다. 소소한 도전으로 일상을 가꾸는 힘을 기르는 것은 MZ세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놀이문화이다. 코로나로 인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미래를 그릴 수 없게 되었고,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현실을 지탱하기 위해 일상력을 기르기 시작했다. 놀이처럼 쉽게 시작하고, 가볍게 공유할 수 있어 나를 둘러싼 주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면역력을 높이는 데 힘을 기른다. <트렌드 코리아 2021>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에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이 꼽혔는데, 정체의 시대에 일상력 챌린지를 통해 성취감을 찾으려는 MZ세대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의 행동은 선함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이들의 행동에는 왜 선함이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는 것일까? M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공정성을 제일 큰 가치로 여긴다. 촛불집회로 부당하고 올바르지 않은 세상을 짧은 시간 내 바꾼 경험을 토대로 참여를 통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또한, 연예인이나 유명 인플루언서처럼 꼭 큰돈을 기부하는 것만 선한 영향력이 아니라 작은 실천도 충분히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SNS를 통해 선행을 인증하고 지인들에게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단순히 착함을 인증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놀이 문화로 정착한 것도 선함이라는 키워드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게다가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정당한 대가를 얻길 바라며 선한 오지랖을 부려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통해 MZ세대는 자신들이 만들어낼 공정한 사회를 꿈꾸며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