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지난 1월 말을 시작으로, 2월 초·중순에 이르러 <클럽하우스(Clubhouse)>라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의 이름이 각종 SNS에 폭발적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2020년 4월 미국에서 내보낸 이 음성기반 소셜앱은 기존 사용자로부터 초대권 받은 아이폰 또는 아이패드 즉 iOS 사용자만 새로 계정을 만들어 입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약 80%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이 배타적인 입장 방식 및 새로운 소셜 시스템에 대한 흥미로 말미암아 오히려 인싸들의 앱이라고 불리며 눈덩이처럼 관심을 불려 나갔다. 중고 아이폰/아이패드의 매매가 왕성해지고, 당근마켓 등 인터넷 개인 거래 시장에 클럽하우스 초대권이 유료로 거래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참고로 초대권 거래는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클럽하우스의 매력?

한국에 들어온 지 이제 한 달 남짓한 이 소셜 앱에 푹 빠진 사람들이 이 매체를 사용하는 모습은 대략 이런 모습이 아닐까? 코로나 19로 인해 전에 없이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각자의 집에서 비디오 기반의 ZOOM과 달리 머리를 감고 셔츠라도 챙겨 입거나 더러운 방 안을 정리할 필요도 없이, 파자마 같은 편안한 복장으로 뒹굴면서 간편하게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궁금했던 직업 세계의 사람들이 모인 방에 들어가 그저 리스너(Listener)로 조용히 들어본다. 새로운 방에 들어가는 것도, 나가는 것도 내 얼굴이 보이지 않으며, 그저 수십 명, 때로는 수백 명 중의 하나일 뿐이니 마음이 가볍다. 아이쇼핑하듯이 이 방 저 방 잠시 왔다 갔다 돌며 들어본다. 마음에 드는 곳은 좀 더 오래 남아 라디오처럼 편안하게 틀어 놓다가, 참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손 아이콘을 누르면 방의 특성에 따라 모더레이터(Moderator, 진행자를 뜻하는 클럽하우스의 용어)가 그를 발언을 할 수 있는 무대로 올려 준다.

 

주로 회의나 교육의 목적으로 쓰이는 ZOOM과 달리 클럽하우스는 사적인 수다의 영역을 채워준다. 친구들과 밤새 전화 통화를 하며 조곤조곤 떠들어 대는 느낌, 심야 라디오 DJ의 방송을 들으며 숙제를 하던 시절의 느낌이다. 그런데 다만 내게 다양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친구가 연예인이 되거나 생판 모르는 남인 것.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세계에서는 유명인들도 모두 목소리로만 존재하기에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으로 느껴진다.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기에 오히려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현장감이다.

클럽하우스에 개설된 다양한 주제방, 실시간으로 운영되다가 사라진다

또 다른 알고리즘의 세계

사실 클럽하우스는 그다지 친절한 앱은 아니다. 처음 가입 절차를 밟을 때 이미 가입된 사람들의 프로필을 보여주며, 사용자는 이 중 몇 명을 팔로잉(Following)해야 한다. 이 목록은 나를 초대한 사람이 구성한 팔로잉 목록에 크게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나를 초대한 사람과 나의 취향이 서로 다를 경우, 처음 경험하는 클럽하우스의 방들이 전혀 흥미롭지 않게 느껴지기에 이 단계에서부터 빠르게 관심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차근히 주제별 클럽들을 팔로잉하고, 관심 분야의 팔로워를 늘려가다 보면 취향에 맞는 방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어나 제2 외국어를 할 수 있다면 해당 언어권의 사용자들을 팔로잉하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각 나라의 다양한 방들로 타임라인이 가득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내 맘에 쏙 드는 정교한 유튜브 알고리즘, 트위터 피드를 만드는 것처럼 수고가 필요한 일이다.

 

추천 알고리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유튜브의 경우, 지메일 계정으로 로그인하지 않아도 앱을 사용하기에 초기의 어려움이 없다. (이는 노년층들도 쉽게 유튜브를 이용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검색어를 입력할 수 있기에 즉각적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검색어와 관련된 다른 영상들을 자동으로 연속 재생할 수 있도록 추천해준다. MZ세대에게 관심사를 검색하는 통로는 더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가 아닌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이다. 유튜브는 개방된 검색 기능, 태그, 유사 콘텐츠 추천 등 사용자에게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추천하고 표류하게 함으로써 사용자의 사이트 내 체류 시간을 늘린다.

 

클럽하우스에서는 현재 개설된 방의 제목을 검색하는 기능을 적용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팔로잉하고 있는 사람이 개설하거나, 들어가 있는 방들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알고리즘마저도 꽤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다. 페이스북처럼 지인 팔로잉을 기반으로 각자의 타임라인을 구성하기는 하지만, 내 핸드폰 연락처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친구의 친구라는 이를 팔로잉하도록 추천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서로 맞팔로잉을 하는 사이에서는 이 간극이 드라마틱하게 좁아진다. 내가 들어가 있는 방의 링크를 바로 보내거나, 나와 맞팔로잉을 한 이들이 현재 온라인인지, 어떤 방에 들어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로 신뢰하는 지인이 참여 중인 콘텐츠를 알려주는 이 방식은 일종의 입소문 마케팅을 연결한 것이 아닌지 추측된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가장 보수적이지만 매우 효과적인 추천 방식을 따르는 것이다.

로그인하지 않은 유튜브 첫 화면, 다양한 주제의 인기 영상을 추천한다

새로운 인싸의 장인가, 평등한 아고라인가

우리나라에서 클럽하우스를 처음 이용한 그룹은 바로 해외 지인들의 초대를 받은 IT 관계자, 벤처투자자, 유학생이다. 그다음으로 타 SNS에 준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 시기에는 준인플루서언들 어떤 주제이든 방을 개설하기만 하면 100명 단위의 리스너들을 쉽게 모았는데, 클럽하우스 인기 소식을 듣고 합류한 연예인들이 참여하는 방들이 늘어나자 빠르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장근석, 호란, 브로콜리 너마저의 윤덕원 등은 초기부터 클럽하우스에 입장해 활발하게 대화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후에는 노홍철, 유병재, 악동뮤지션 이수현 등도 가세하기 시작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특정 커뮤니티에서는 꽤 지명도가 있는 북튜버 겨울서점, 임현주 아나운서 등도 클럽하우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인물이다.

 

추성훈과 장근석이 <한국어로 이야기해 봅시다> 방에서 일본인들과 어우러져 대화를 나누고, 클래지콰이 호란이 MR도 없이 흥얼흥얼 노래하거나 그저 가볍게 수다를 떨기도 한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의정보고서 만드는 사람들, 의정보고서 읽는 사람들>이라는 방에 여러 모더레이터와 함께 참여하고, 정치인 정청래, 박영선 의원의 방도 생겼다. 이에 사람들은 유명인들이 마이크를 독점하거나, 또는 유튜버에 이은 새로운 유형의 인플루언서들이 클럽하우스를 주도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하며 일부는 이로 인해 변화될 클럽 내 주도적인 문화를 걱정한다.

 

그러나 영상이나 음성을 미리 담고 편집과 지속적인 업로드라는 꽤 번거로운 노동을 요구하는 유튜브나 팟캐스트와 달리, 방을 개설하고 바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이 간편한 절차 덕분에 오히려 다른 매체에서 듣기 힘든 다양한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것 또한 클럽하우스의 특징이다. 마케터들의 방, 디자이너들의 방, 해외체류 노동자들의 방, 성대 모사하는 방 등 카페에서, 직장에서 내 옆을 스쳐 갔을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나누거나 숨겨뒀던 작은 재능을 나누기도 하는 것이 클럽하우스이다.

 

현재 클럽하우스가 iOS 기반으로만 서비스되고 있기에 안드로이드 사용자를 배제한 이 토론의 장이 기울어졌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클럽하우스 앱을 개발한 북미 지역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iOS 점유율이 절반을 넘고, 수많은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이나 개발자들이 iOS 개발을 우선으로 하는 일부 문화도 있다. 이 앱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수요만큼 전 세계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의 앱 출시에 대한 요구와 비판도 거세지자, 클럽하우스 측은 지난 1월 24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안드로이드앱 개발에 곧 착수할 것임을 밝혔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문화주도층들의 입소문과 선점에 대한 약간의 특권 의식이 이 앱의 가파른 성장에 기여한 것도 사실인바,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유입 후에도 이 앱의 고유한 매력이 유지될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소수자에 대한 고민

클럽하우스는 오디오 기반 채팅 앱으로 유튜브 라이브나 ZOOM에 있는 문자 기반 채팅 기능이 없다. 영상 채팅에 동반하는 문자 채팅은 발언자와 청자의 실시간 소통의 현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양쪽 모두에 집중할 수 없어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이에 클럽하우스는 오롯이 오디오에만 집중하도록 이 채팅 기능을 뺀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다만 이로 인해 청각 장애인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된다. 또한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말하는 앱 접근성에 대한 토론방 등 소수자들을 배제하지 않는 방법에 대한 토론방이 꾸준하게 개설된다. 불과 작년에 첫 서비스를 시작한 앱에 다양한 각도의 의견과 걱정과 비판들이 이렇게 활발하게 쏟아지는 경험은 흔치 않다.

 

소수자를 위한 접근성에 열린 토론이 지속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해당 주제의 토론 방에 참여한 사람들은 토론 참여의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클럽하우스뿐만이 아닌 자신이 활동하는 영역에서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지 돌아보고, 이를 가로막는 환경 등에 대해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클럽하우스의 토론방의 이름으로, 그리고 클럽하우스에 관해 이야기하는 다양한 SNS 채널 등을 통해 클럽하우스 개발자들에게도 이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가 충분히 전달되었고 이에 대한 다음의 스텝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모든 사용자의 앱 접근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클럽하우스를 초기에 키운 그룹의 한 축이 미국 내 흑인 커뮤니티의 아티스트 및 소수자 그룹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클럽하우스의 아이콘을 역대 담당했던 이들도 흑인 아티스트, 여성 개발자 등이다. 2020년 4월에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클럽하우스가 마침 5월에 절정에 달한 BLACK LIVES MATTER 이슈와 맞물려 소수자 문제를 토론하는 등의 방들이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이들을 피해 안전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은 흑인 커뮤니티의 지지를 얻었다는 분석이 다수이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의 등장으로 인해 로켓 발사처럼 늘어난 앱 접속률 이전의 클럽하우스를 이끈 것은 블랙 뮤지션들이었다. 이러한 블랙 커뮤니티들의 흐름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저자가 들어갔던 방 중 흥미로웠던 곳은 한때 클럽하우스의 아이콘이었던 뮤지션 BOMANI-X 및 기타 흑인 유저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방으로 이들은 피아노나 기타의 즉석 연주에 맞춰 노래나 이야기를 나누는 중간중간. 우리는 모두 이 방에서 안전하다. 모두를 존중한다,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를 축하한다라는 멘트를 자주 나눴으며, 한 스피커는 마틴 루터킹의 <I have a dream>을 읊기도 했다. 폐쇄적이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알고리즘의 특성, 기록되지 않는 라이브 대화, 이 대화를 듣고 있는 사람들의 프로필도 모두 볼 수 있는 특성상 사람들은 좀 더 오픈된 소셜 앱에서는 하지 않던 각자가 종사하고 있는 업계에서의 고민(마케터, 출판, IT, 문화예술 등), 소수자(LGBT, 장애, 여성 네트워크 등)에 대한 주제 등 다양한 대화의 방을 매일 여닫고 있다.

역대 아이콘 모델들의 토크방(좌) 및 클럽하우스 주제별 카테고리 중 IDENTITY 항목(우)

상상을 펼치는 플레이 그라운드

1월 말, 클럽하우스를 알게 되고 부랴부랴 가입했을 때 이 작은 핸드폰 속 세상 안에서 펼쳐지는 모습을 보고 바로 다음 날 지인들에게 달려가 이 새로운 세계에 대해 열띤 목소리로 소개했었다. 이 코로나 시국에 낯선 사람들이 함께 모여 대화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이 생겼다고. 누구나 주제를 가지고 토론장을 펼치고 그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고. 빙빙 도는 알고리즘에 갇혀 한쪽의 의견만 계속 주입되거나, 자신의 의견에 일치는 말들만 찾아 듣는 에코 챔버에 갇혀 있는 이들이 어쩌면 이곳에서는 자신과 조금 다른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입장하면서, 그야말로 날로달로 클럽하우스의 내의 방도 달라지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을 언어교환의 매체로 사용하는 사람, 코로나 시대의 오프라인 강연장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 낯선 사람들과 모여 대화해보는 데이팅 앱으로 이용하는 사람, 관심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팔로잉하고 취업을 위한 도구로 활용해 보려는 사람, 성대모사 방에서 잠깐의 여가를 즐기는 사람 등 늘어나는 사용자의 수만큼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점점 넓어진다. 사용자들은 제한된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며 소통에 이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요모조모 사용해가면서 이 세계 안에서의 문화를 직접 만들어가는 일에 재미와 소속감을 느끼며 애정을 쌓아간다.

 

클럽하우스는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새로운 이야기의 장을 만들어 앞으로의 소통 문화라는 주제의 작은 공 하나를 우리에게 던졌다. 우리 앞에 펼쳐진 이 새로운 플레이 그라운드에서 어떤 이야기와 상상을 펼쳐 나갈지는 이 공을 받아 든 사용자의 몫이 되었다. 기존 SNS의 길을 답습하지 않고 새롭고 평등한 대화의 장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실험하는 것은 나름 꽤 즐거운 일이다.

 

클럽하우스의 개발자들은 혐오발언(Hate Speech), 데이터 민주주의, 알고리즘 조작과 빅데이터의 활용 주권 등 기존 SNS에 제기되고 있는 비판과 우려를 넘어설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업데이트하여 더욱 많은 이들이 즐겁고 안전하며 차별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오픈하우스를 지켜 주길 바란다. 또한 이 안에서 활동하는 우리 역시 새로운 장에서 굴려 갈 공을 건네받은 플레이어로서 이 대화의 장의 규칙을 만들어가는 데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초기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동참자로서의 위치를 잊지 말아야겠다. 지구촌을 다채로운 색깔로 물들이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이 앱에서 셀 수 없는 다양한 색의 빛을 품은 대화들이 항상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