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lture Open’
컬쳐 디자이너의 글로벌 축제
평창올림픽 열기가 뜨거운 2018년 대한민국.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올림픽이 대한민국에 있었다. 바로 문화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World Culture Open’이다. ‘컬쳐 디자이너의 글로벌 축제’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행사는 2017년 대한민국 청주시에서 Better together 2017이라는 행사명으로 개최되었다.
문화 올림픽을 표방하는 World Culture Open(WCO)은 비영리 단체로 2003년 창립되었다. 모두가 함께하는 문화 예술을 통해 열린 교류의 장을 형성하고, 그를 통해 인본주의와 평화를 이룩하겠다는 사명을 걸고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컬쳐 디자이너들이 세계적인 문화 운동을 펼쳐나간다고 할 수 있다. 컬쳐 디자이너란, 문화적 재능으로 세상을 바꾸는 공익 활동가이다. 즉, 이 세상을 바꾸려 노력하는 공익 활동가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축제다.
“문화란 예술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의하는 모든 것입니다. 문화는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것입니다.”
요한 갈퉁 박사 오슬로 국제평화연구소 창시자 2004 WCO@유엔 콘퍼런스 발표 중에서
“Made In Old Tobacco Factory”
World Culture Open은 ‘Better Together 2017’로 11월 청주시에서 “공감(empathy)”이라는 키워드로 열렸다.
Better Together 2017은 옛 담배공장인 청주 연초제조창에서 개최되었다. 청주 연초제조창은 1946년에 건립되어 한때 3천여 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일하며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했다. 2004년 공장이 완전 가동 중단되었으나, 청주시는 2016년 이곳을 리모델링해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의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목적으로 연초제조창은 문화산업단지로 조성되어, 이번 행사를 개최하는 장소로 낙점되었다. 조금은 특별한 곳에서 열린 Better Together 2017. 이제부터 3일간 보여준 다채롭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하려고 한다.
C! talk 글로벌
전 세계에서 온 글로벌 리더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다양한 지역, 세대, 전문성을 대표하는 글로벌 컬쳐 디자이너들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컬쳐토크다. 다양한 연사 중 눈에 띄는 연사가 있다. 바로 르완다 출신의 장 폴 삼푸투. 르완다 용서 캠페인 창시자이다.
르완다 출신 장 폴 삼푸투는 전 세계에서 ‘용서 캠페인’을 벌이는 평화운동가이자 14살부터 음악을 시작한 뮤지션으로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의 피해자이다. 르완다 대학살은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갈등이 극에 치달은 비극이다. 그 대학살의 과정에서 삼푸투는 그의 가족을 잃었다. 그 과정에서 슬프게도 그의 가족을 살해한 사람은 가장 친한 친구였다. 당시의 충격으로 그는 노래도 부를 수 없었고 그의 유년시절은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슬픔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역시 음악이었다. 그는 어렵고 힘들지만 용기를 내 다시 노래를 불렀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마음의 평화는 그가 용서를 결정한 뒤 찾아왔다. 삼푸투는 자신이 얻게 된 평화와 자유를 다른 사람도 느낄 수 있게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마음속에 미움이 있으면 행복할 수 없다”라고 외치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노래와 강연을 한다. 이것이 그가 지금까지 일본·미국·호주·노르웨이 등 50여 개국을 다니며 ‘용서 캠페인’을 진행하는 이유다.
오픈보이스 라운드테이블
지구촌에서 공감의 문화를 싹틔울 수 있는 다양한 실천방안을 내기 위한 토론이 개최되었다. 다수가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우리의 일상 속에서, 지역사회에서, 문화 공유로 평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Better Together 나이트
전 세계 컬쳐 디자이너들과 함께하는 네트워크 파티가 진행되었다. 앞서 언급한 청주시 연초제조창의 공장에서 라이브 DJ/음악이 더해져 지역의 시민, 대학생, 컬처디자이너 모두가 친구가 되는 밤이 펼쳐졌다. 공연의 아티스트로는 앞서 소개한 장 폴 삼푸투, 월드뮤직 그룹 굴라자가 참여하였다. 굴라자는 4인조 월드 뮤직 그룹으로, 예멘 여성의 한을 노래한다.
컬처디자이너 페어 & 스쿨
컬쳐 디자이너들이 페어와 스쿨링을 통해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전달했다.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체험 워크숍으로 행사 기간을 구성했다. 또한,컬쳐 디자이너가 직접 보여주고 시연하는 움직이는 전시 및 공연, 남녀노소 누구나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클래스와 워크숍, 바르게 생산되고 만들어지는 건강한 먹거리 마켓이 펼쳐졌다.
“전자 의수(義手)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형편이 어려워 의수를 쓸 수 없는 친구들을 돕고 있죠”
지금까지 청주시에서 펼쳐진 의미 있는 문화축제 Better Together 2017을 소개했다. 문화적 재능으로 세상을 바꾸려 하는 사람들, 일명 ‘컬쳐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재능을 나누고 화합을 논의한 진정한 의미의 ‘평화’올림픽이라 할 수 있겠다. 스포츠를 통한 올림픽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문화를 매개로 하는 올림픽은 경쟁 없이 협력만으로 평화에 다 같이 다가갈 수 있다. Better Together 2017은 문화 교류를 통해 평화와 지구촌 번영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행사였다. 문화에 대한 관심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컬쳐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문화적 재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세상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우리의 작은 노력이 모여 큰 파도를 만들고, 그것이 다 함께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닿게 되는 것이다” Better Together 2017의 참가자 중 한 명인 전자 의수 업계 ‘만드로’의 대표 이상호 씨가 한 말이다.
그는 강연을 통해 요르단·탄자니아 난민 23명에게 의수를 제공한 이야기로 청중의 마음을 울렸다. 우리 모두 관심사가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다. 하지만 함께 돕고 살고 싶은 마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하는 열망은 모두들 마음속에 품고 있다. 무슨 일을 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우리가 선한 마음을 가지고 하는 모든 일은 어떻게든 이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된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국가대표’이다. Better Together 2017은 그런 사람들의 열망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행사였다. 이글의 마지막을 미국의 문화 인류학자의 마가렛 미드의 말로 마무리하려 한다.
“사려 깊고 헌신적인 시민들이야말로 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절대 의심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정말 그래왔으니까요”